오늘 배구를 보러 갔다. 신진식, 김세진 정도만 아는 얄팍한 배구 지식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별 긴장도 준비도 하지 않았다. 룰은 아니까 그냥 경기만 보다 오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경기는 재미있었다.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게임도, 상무와 대한항공의 게임도 접전이었으며 박진감 넘쳤다. 스파이크를 할 때 공이 터질듯한 소리나 파워풀한 서브, 그리고 그 서브를 받아내는 민첩성에 감탄할 때 즈음이었다. 대한항공인가, 작전타임을 걸었을 때였다.
무슨 멜로디가 나오는데 갑자기 눈물부터 나는거다.
실감도 못했다. 연안부두였다. 노래를 인식하기도 전부터 눈물이 도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불렀다. 그냥 따라 불렀다. 나는 연안부두를 도원 배구장에서도 트는지 처음 알았다. 게임은 재개되었지만 그 이후에 어떤 기억도 없다. 그냥 내가 문학에 뛰어다녔던 날들. 특히 2009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9연승을 했지만 플레이오프를 치뤄야했던 그 날 밤이 생각났다. 그 날 친구들과 좋아서 펄쩍펄쩍 뛰던 기억. 밤새 술을 마시고 우리 우승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이야기들만 떠올랐다.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기에도, 아니 어떤 것의 팬의 되기에도 이젠 겁이 났다. 내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이렇게 강렬하게 남았던가.
지나간 일들을 되돌릴 수도 없고 잘못을 운운해봤자 입만 아프다. 다만 나는 이제 그 어떤 것도 열광적으로 좋아하진 못할 것이라는 걸 스스로 알아버렸다. 팬이 되지도, 내일이 없다 생각하고 죽어라 응원하지도 못할 것이다. 스포츠를 볼 때마다 이 상처들이 떠오를 것이다. 지금 나는 야구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지탱하던 꿈이 응집되던 그 야구가 사라져서 두렵고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 무엇도 오지 않으라는 것 역시.

